돌봄의 사회학 : 당사자 주권의 복지사회로
우에노 지즈코의 『돌봄의 사회학』은 돌봄이 단순한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는 책이다. 저자는 돌봄이 가정과 여성에게만 전가되는 현실을 짚어내고,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돌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한다.
돌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돌봄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에게, 노년에는 가족이나 요양 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가족 구조가 변화하고, 돌봄 노동이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다. 문제는 돌봄이 여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우에노 지즈코는 돌봄을 ‘사회적 인프라’로 보고, 이를 국가와 지역 공동체가 함께 떠안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요양 시설을 늘리는 것이 해법이 아니라,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모두 존중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돌봄을 둘러싼 현실
책에서는 돌봄이 어떻게 사회적 약자에게 불평등하게 작용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노인 돌봄, 장애인 돌봄, 육아 등 돌봄 노동은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여성들이 돌봄을 전담하는 현실에서 돌봄 노동은 가사노동처럼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취급되곤 한다.
- 가족 돌봄의 부담: 가족 내에서 돌봄을 담당하는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상당하다. 이로 인해 돌봄 제공자들은 사회 활동에서 배제되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 공적 돌봄의 한계: 정부가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하거나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지역 사회 돌봄 시스템이 부실하면 결국 개인이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 돌봄 노동의 가치 평가: 요양보호사, 간병인, 보육교사 등 돌봄 노동자들은 필수적인 역할을 하지만,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돌봄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려면, 이들의 노동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당사자 주권이란 무엇인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당사자 주권’이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도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다. 저자는 장애인 복지나 노인 돌봄 정책에서 ‘당사자의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며, 돌봄을 받는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장애인 자립 모델: 기존 복지 모델은 장애인을 보호 대상으로 보지만, 최근에는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서비스 형태를 선택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 노인 돌봄의 새로운 패러다임: 노인들도 시설이나 가족 돌봄에 의존하기보다는, 공동체 안에서 자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 커뮤니티 중심의 돌봄: 지역 사회가 돌봄 시스템을 운영하면, 돌봄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가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
돌봄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
우에노 지즈코는 돌봄이 더 이상 개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누구나 돌봄을 받을 수 있고, 돌봄 노동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면, 국가와 지역 사회, 그리고 우리 모두가 돌봄을 공공의 책임으로 인식해야 한다.
『돌봄의 사회학』은 단순히 돌봄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 돌봄이 인간다운 삶의 기본 요소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돌봄이 변하면 사회가 변한다. 우리는 이제 돌봄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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