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히》 리뷰: 노동자 건강권은 안전한가?
아침에 출근하며 우리는 가볍게 “오늘도 무사히”라는 말을 건넨다. 하지만 이 말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많은 노동자들에게 ‘무사히’ 하루를 마친다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오늘도 무사히》는 한국의 의료보장 체계가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가?라는 문제를 파고든다. 저자인 임준은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의 사각지대를 지적하며, 특히 산업재해와 직업병이 노동자의 삶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지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직장과 일터가 단순한 노동의 공간이 아니라,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1. 노동자가 병에 걸리면, 누구의 책임인가?
누군가 일하다 다치거나 병에 걸렸다면, 우리는 당연히 ‘산재보험’이 보호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책에서는 산재보험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입증 책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 노동자가 업무 중 사고를 당했거나, 일터 환경 때문에 병이 생겼다면, 그 업무 연관성을 노동자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
- 그러나 산업재해를 입증하는 과정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까다롭다.
- 많은 노동자들이 산재 신청을 포기하거나,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 싸워야 한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된 노동자가 암에 걸렸다면?
- 이 노동자는 자신의 암이 ‘업무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 하지만 의학적으로 특정 질병과 업무 연관성을 완벽하게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 결국, 많은 노동자들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사적 건강보험이나 개인 부담으로 치료를 받게 된다.
이처럼 노동자가 다치거나 병에 걸려도, 책임은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한국의 현실이다.
2. 산재보험의 문턱, 왜 이렇게 높을까?
산재보험이란 원래 일하다가 다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저자는 한국의 산재보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① 까다로운 입증 과정
- 앞서 언급했듯이 산재 신청을 하려면 업무 연관성을 노동자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
- 하지만 많은 경우, 회사는 산재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며, 이를 입증할 기록이나 자료도 부족하다.
② 사업주의 책임 회피
- 산재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사업주가 이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 예를 들어, 산재 신청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 일부 사업장은 산재 신청을 막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그냥 건강보험으로 치료받으라"고 유도하기도 한다.
③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자의 사각지대
- 정규직 노동자조차 산재보험 신청이 어려운데,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자는 더욱 취약한 상황이다.
- 배달 노동자, 대리운전 기사, 프리랜서 등은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실질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3. 건강보험은 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는가?
책에서는 산재보험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의 한계도 짚고 있다.
한국의 건강보험은 비교적 잘 갖춰진 제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비급여 항목이 많고, 보장성이 충분하지 않다.
- 예를 들어, 산재보험 승인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결국 건강보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 그러나 건강보험만으로는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많은 노동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안고 살아간다.
특히, 산업재해로 인한 만성질환이나 정신질환은 건강보험에서도 충분히 보장받기 어렵다.
-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을 겪거나, 근골격계 질환이 생기는 경우,
- 이를 업무와 연관 지어 치료받기는 어렵고, 건강보험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시스템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채, 개인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4.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해결책은?
저자는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① 산재보험의 문턱 낮추기
- 노동자가 업무 연관성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먼저 책임을 지고 조사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 산재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사업주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② 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 보호 확대
- 배달 노동자, 택배 기사, 프리랜서도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가입 요건을 확대해야 한다.
- 현재처럼 사업주가 산재보험 가입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의무 가입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③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 건강보험이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비급여 항목을 줄이고,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
- 특히, 직업병과 만성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
④ 직장 내 건강 보호 정책 강화
- 사업장은 단순히 ‘일하는 곳’이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 곳이다.
- 따라서 직업병 예방을 위한 법적 기준을 강화하고, 노동자 건강 검진을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5. 안전한 일터, 건강한 노동을 위해
《오늘도 무사히》는 단순히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다루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일터가 안전하지 않은 현실, 그리고 이를 방치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다.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매일 출근하며 마주하는 일터가 정말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면, 과연 보호받을 수 있는가?
-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은 정말 노동자를 위한 제도인가?
- 우리는 일하면서 건강을 잃어도 감내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제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를 강화해야 할 때다.
더 이상 ‘오늘도 무사히’라는 말이 위험한 노동 환경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인사가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의 기본 조건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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