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저자 앤드루 릴런드 / 번역 송섬별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 시각 장애를 마주한 한 인간의 기록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감각일까? 한순간에 시력을 잃는 것과 점점 시야가 좁아지는 것, 그 차이는 무엇일까? 앤드루 릴런드의 책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는 점진적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저자의 경험을 섬세하게 기록한 에세이이자,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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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진적인 실명, 그리고 변화하는 삶

앤드루 릴런드는 시력을 서서히 잃어가는 ‘망막색소변성증’을 진단받았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시야가 흐려지고, 주변이 어두워지고, 점점 더 많은 것을 볼 수 없게 되는 과정 속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다시 정의해야 했다.

저자는 실명이라는 장애를 단순히 육체적인 변화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까지 바꿔놓는 하나의 사건으로 다룬다. 처음에는 ‘나는 시력을 잃고 있는 사람이지만, 여전히 볼 수 있다’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점점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어간다. 이 책은 그 변화 속에서 저자가 느낀 감정, 두려움, 그리고 수용의 과정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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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해하기

우리는 시각 중심의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신호등, 책, 화면, 표지판—이 모든 것이 눈을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저자는 점차 이러한 것들이 의미를 잃어가는 세상 속에서 새로운 감각을 익혀 나간다.

그는 맹인 사회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보지 못하는 삶’이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또 다른 방식의 삶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예를 들면, 점자를 익히고, 소리를 통해 공간을 인식하며, 손끝 감각을 활용해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법을 배운다. 책 속에는 이러한 경험들이 매우 세밀하고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독자는 저자가 새로운 감각을 익히는 과정을 따라가며 마치 자신도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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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바라보는 ‘장애’란 무엇인가

릴런드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사회가 ‘장애’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서도 깊은 질문을 던진다.

그는 사람들이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조건적인 동정심을 갖거나 혹은 ‘극복’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점자 시스템을 강화하고, 청각 및 촉각을 활용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하며,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는 장애를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사회가 고려해야 할 요소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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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을 잃는다는 것은, 새로운 삶을 배운다는 것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되는 점은, 저자가 단순히 실명이라는 사실에 절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다시 조각해 나간다. 이전에 보았던 세상이 점차 사라져가지만, 대신 들을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또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나아가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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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는 단순한 장애 서사가 아니다. 이 책은 한 개인이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세상을 새롭게 경험하는 과정을 담은 감동적인 기록이다.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시각 중심적인지를 되돌아보게 하고,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태도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앤드루 릴런드의 담담하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