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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리뷰] 사물의 통치

by scribble 2025.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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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통치』 저자 Thomas Lemke / 번역 김효진

사물의 통치 – 권력은 어떻게 사물 속에 숨어 있는가?

우리는 흔히 권력을 정치인, 법, 경찰과 같은 ‘눈에 보이는 것’에서 찾는다.
하지만 토마스 렘케의 《사물의 통치》는 권력이 사람을 넘어 ‘사물’ 속에서도 작동한다는 놀라운 통찰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보자.
도로 위 신호등은 단순한 교통 도구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하는 하나의 권력 장치일까?
병원에서 환자가 차트에 따라 우선순위를 부여받는 것은,
단순한 의료 행위일까,
아니면 환자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또 다른 형태의 지배일까?

이 책은 권력이 단순히 사람들의 손에만 있지 않으며, 사물과 기술을 통해 작동한다는 점을 깊이 파고든다.
과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따르고 있는 ‘사물의 권력’에는 무엇이 있을까?


권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한다

보통 우리는 권력을 ‘누가’ 행사하는가에 집중한다.
하지만 렘케는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권력을 ‘배치(dispositif)’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배치란, 단순한 개별 요소가 아니라 사람, 사물, 공간이 결합되어 작동하는 권력의 형태를 뜻한다.
즉, 권력은 단순히 법과 규칙으로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기술, 인프라를 통해 보이지 않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 감시 카메라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감시하도록 만드는 권력 구조다.
  • 스마트폰의 위치 추적 기능은 보안과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행동을 감시하는 도구가 된다.
  • 학교의 시험 시스템은 학생들을 평가하는 기능을 넘어서, 사회적 서열을 만드는 도구가 된다.

이처럼 권력은 단순히 법과 제도를 넘어, 일상의 사물과 시스템을 통해 보이지 않게 작동한다.


권력은 어떻게 ‘물질화’되는가?

권력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물질적 형태를 가진다.
예를 들어, 우리는 법을 단순한 규칙으로 생각하지만, 법은 감옥, 경찰, 서류, 법정 같은 물질적 요소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렘케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물 정치(object politics)’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즉, 권력은 법이나 명령 같은 추상적인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물과 기술을 통해 실현된다는 것이다.

  • 공공장소의 벤치는 앉을 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홈리스들이 눕지 못하게 설계된다.
  • 쇼핑몰의 음악은 고객의 심리를 조절하여 더 많은 소비를 유도한다.
  • 병원의 대기 시스템은 환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의료 자원의 배분을 결정한다.

이처럼 사물과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조정하는 권력 장치다.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이 책은 결국 ‘우리는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권력 구조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질문을 던진다.

  •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편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것은 우리의 데이터와 행동을 감시하는 도구다.
  • 신용카드는 편리하지만, 금융 시스템은 우리의 소비 습관을 추적하고 점수화한다.
  • 공공장소의 감시 카메라는 안전을 보장하지만,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는 역할도 한다.

결국, 우리는 권력과 자유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결론 – 보이지 않는 권력을 이해하는 것이 곧 자유다

《사물의 통치》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보이지 않는 권력’을 조명한다.
우리는 흔히 권력을 정치, 법, 제도에서 찾지만, 실제로 그것은 사물, 기술, 공간을 통해 훨씬 더 은밀하고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철학적 논의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자유롭다고 믿는 순간에도, 어떻게 사물과 기술이 우리를 통제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무의식적으로 권력에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권력을 인식하고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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