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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리뷰] 남류문학론

by scribble 2025.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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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류문학론> 저자 우에노 치즈코,오구라 지카코,도미오카 다에코 / 번역 최고은

《남류문학론》 리뷰: 일본 문학을 지배해 온 남성 중심적 시선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고 하면 누구를 떠올릴까?
무라카미 하루키, 다니자키 준이치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엔도 슈사쿠…
이들의 작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일본 문학의 중심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이들의 문학은 과연 객관적인 평가를 받았을까?
혹시 "남성 중심적인 시선"과 "남성 문학권력"이 이들을 문학의 중심에 올려놓은 것은 아닐까?

《남류문학론》은 "남류(男流) 문학", 즉 남성 중심적인 문학과 이를 떠받드는 비평 담론을 해체하는 책이다.
우에노 지즈코를 비롯한 페미니즘 비평가들은 일본 문학에서 ‘대문호’로 평가받아 온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며,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남성의 욕망과 환상을 여성의 이미지에 투사해 왔는지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 책은 단순한 문학 비평서가 아니다.
문학이 어떻게 특정한 권력과 결합하며, 그것이 어떻게 "정당한 평가"로 둔갑하는지를 해체하는 강력한 도전이다.


1. ‘남류문학’이란 무엇인가?

책에서 사용되는 "남류문학(男流文学)"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남성 작가가 쓴 문학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남류문학이란,

남성 중심적 시각으로 쓰인 작품
여성을 대상화하고, 남성의 욕망을 정당화하는 서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적으로 찬양받아 온 문학

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문학이 "순수문학"으로 불리며 정통성을 인정받고, 문학권력을 형성해 온 과정을 책은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2. 대표적인 ‘남류작가’와 그들의 문학적 시선

책에서는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몇몇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며,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남성 중심적인 시선을 문학적으로 정당화했는지를 비판한다.

① 무라카미 하루키: 여성을 이상화하고 소비하는 남성 환상

  • 하루키 문학 속 여성 캐릭터는 대부분 "신비로운 존재", "남성을 도와주는 조력자"로 등장한다.
  • 남성 주인공은 수동적이고 방황하지만, 항상 매력적인 여성이 그의 삶에 찾아와 의미를 부여한다.
  • 이는 남성 독자들에게 "이상적인 여성"이라는 환상을 제공하면서, 여성의 주체성을 지워버리는 방식이다.

② 다니자키 준이치로: 여성 숭배와 남성 지배의 기묘한 결합

  • 다니자키의 문학에는 여성에 대한 극단적인 숭배와 집착이 담겨 있다.
  • 그러나 이는 결국 여성을 통제하려는 남성의 욕망과 연결된다.
  • 여성은 신비롭고 매혹적인 존재이지만, 동시에 남성의 시선에 의해 길들여져야 하는 대상으로 그려진다.

③ 가와바타 야스나리: 여성의 ‘순수함’이라는 허상

  • 가와바타의 작품에는 "순수한 소녀"에 대한 집착이 나타난다.
  • 그러나 이러한 순수성은 결국 남성의 욕망을 투영한 환상에 불과하다.
  •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의미를 잃고, 젊고 순결한 모습일 때만 가치가 있다.

이처럼 남류문학의 주요 특징은 여성을 단순한 "서사의 도구"로 사용하면서도, 이를 문학적으로 정당화하는 방식이다.


3. ‘남류평론가’와 문학권력

이 책에서는 단순히 남성 작가들만이 아니라,
그들의 문학을 찬양하고 정당화하는 "남류평론가(男流評論家)"도 문제 삼는다.

남류평론가들은 이러한 문학이 "남성의 본능을 솔직하게 드러낸 작품"이라며 찬양한다.
그 결과, 남성 중심적인 문학이 ‘대문호’의 작품으로 자리 잡고, 여성 작가들의 작품은 주변부로 밀려났다.
문학상, 평론, 출판 시장에서 남성 중심적인 담론이 ‘정통 문학’으로 인정받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즉, 남류문학은 작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비평과 문학권력이 결합한 구조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4. 여성 작가들의 배제와 저항

일본 문단에서 여성 작가들은 오랫동안 주류에서 배제되어 왔다.

  • 여성 작가들이 문학적 평가를 받을 때,
    "사적인 이야기", "감성적인 글쓰기"라는 편견 속에서 폄하되기 일쑤였다.
  • 반면, 남성 작가들의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글쓰기는 "문학적 깊이"로 평가받았다.

책에서는 이러한 이중적 평가 구조를 해체하면서, 여성 작가들의 문학적 가치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5. 우리가 읽는 문학은 과연 중립적인가?

이 책은 단순히 일본 문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읽는 문학 작품 속에서도,
여성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가?
남성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로만 등장하는가?
남성 작가의 욕망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여성 캐릭터가 활용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 남성 중심적인 문학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문제다.
  • 우리는 어떤 문학을 ‘위대한 작품’이라고 부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 문학은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사회적 권력과 담론이 개입된 결과물이다.

이 책은 우리가 무엇을 읽고, 어떻게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도발적인 작품이다.


6. 결론: 문학을 다시 읽는 방법

‘대문호’라고 불리는 작가들의 작품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문학적 평가란 객관적인가, 아니면 특정한 권력 구조 속에서 형성된 것인가?
남성 중심적인 문학이 어떻게 정통성의 가면을 쓰고 있는가?

이 책은 기존 문학 권력에 균열을 내고, 비판적 시각을 가질 필요성을 강조한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그 문학이 가진 시선과 구조를 해체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책이다.

이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문학을 읽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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