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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리뷰] 소년이 온다

by scribble 2025.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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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저자 한강 / 출판 창비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그 비극적인 사건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개인의 고통과 내면에 집중하여, 역사적 사건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는 건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 단순히 문장이 어렵다는 뜻이 아니다. 읽어 내려가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나 아팠다. 책을 덮고도 한동안 그 여운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 소설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때 그곳에 있던 사람들, 살아남은 사람들, 죽어간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작품이다. 주인공 동호는 열다섯 살 소년이다. 어쩌다 도청에 들어가 시신을 수습하는 일을 돕게 되고, 그날 이후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뀐다. 책을 읽으면서 ‘왜 하필 동호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광주에서 희생된 많은 사람들이 평범한 소년, 소녀, 시민들이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한강이 한 개인의 시점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흐름은 계속해서 다른 인물들로 바뀐다. 동호를 아는 사람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그리고 세월이 흘러도 그날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광주의 참상을 바라보게 된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고문 장면이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몸이 경직되고, 마치 그 아픔이 내 몸에 새겨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작가는 잔혹함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고통을 기억하고 증언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쓴다.

 

책을 읽다 보면 ‘과연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 하는 절망적인 의문이 든다. 하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도 인간이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남는다. 소설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억울하고 가혹한 운명을 겪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존엄을 잃지 않으려 한다.

 

한강의 문장은 마치 시처럼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이 오히려 더 가슴을 후벼 판다. 담담하게 쓰여 있지만, 읽는 사람의 마음은 결코 담담할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멈춰야 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나서야 다시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소년이 온다』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시대의 상처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곳에서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를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책을 덮은 후에도, 동호의 마지막 순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소년이, 그리고 그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겪었던 일들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한강은 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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